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용하려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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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필름가격은 오르고 또 올라 지금은 필름 한롤이 밥 한끼보다 비싼게 무척 당연한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들이 많음에도 필름사진을 사람들이 시작해도 괜찮다 설명하던 때에는 카메라 가격이 저렴한 것 뿐만 아니라 필름값도 저렴해, 카메라+필름+현상비를 계산해 봐도 신품 디지털 카메라의 감가보다는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와 사람들에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보기를 권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필름값과 현상비를 더하면 차라리 빈티지 디지탈 카메라를 사는게(!) 저렴해 진 세상이다. 이렇게 필름값이 하늘높은줄 모르며 올라가 한동안 대안으로 활용된 아이템이 유통기한이 지나 저렴하게 풀리는 필름들이었는데, 이것들도 어느 순간부터 ‘희귀 빈티지 필름’으로 분신술을 하더니 가격이 역전되어 이제는 정품 필름 가격에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이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해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웃돈을 주고 귀한 필름을 사는걸 가급적이면 말리고 싶다. 아무래도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그 필름 본연의 표현이 아닌 어딘가 일그러지고 틀어진 결과물들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필름의 특성을 잘 활용해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가끔은 있지만, 그것 역시 여간해서 쉽지도 않다. 잘 삭힌 홍어야 맛 좋은 고급 음식이 되겠지만, 삭힌게 아니라 상한 생선을 잘 삭힌 홍어라고 이야기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돌릴 것이다. 결과를 컨트롤 할 수 없는 필름을 웃돈을 주고 사서 촬영한 결과물에 도취되지 말고, 정상 필름을 사서 결과를 내고, 정 오래된 느낌을 내고 싶다면 디지탈로 필터를 먹이는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썩다리 필름을 그래도 꼭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웬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이것도 뭐 쉰밥 빨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우는 거나 마찬가지긴 할테지만…

유통기한이 동일기간 넘어간 필름을 바탕으로 설명을 하자면, 그나마 흑백필름이 제일 덜 변하고 컬러 슬라이드 컬러 네거티브 순으로 상태가 나빠진다. 컬러 네거티브의 경우 장기간 보관용이 아닌 단기 촬영 후 현상해 인화물을 뽑아내는걸 목적으로 하는 필름이다 보니 장기간 보관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흑백필름이 구조가 단순하고 색을 내는 염료가 사용되지 않다보니 컬러 슬라이드 필름보다 보존 기간이 좀 더 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촬영과 현상에서 흑백/컬러 네거티브의 경우 정감도 보다 1~2스탑(Stop) 밝게 찍어주는게 좋다. 스탑 수 계산은, 유통기한이 약 10년이 지났을 때 1스탑씩 올려 촬영해 주는 것이 좋다. 일부 자가현상을 하는 사람 중에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정감도로 찍고 현상 시간을 늘려 현상을 하면 괜찮을거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안된다. 현상 시간을 두배로 늘려도 보고 교반을 세게 해보고 온도를 올려보고 별 걸 다 해봐도 안되더라. 아무래도 기준 광량보다 더 많은 양으로 필름에 자극을 줘야 제대로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더라. 자신의 현상실력을 믿지 말고 꼭 기준노광량 보다 한스탑 이상 필름에 쪼여 주는것이 그래도 쉰밥을 잘 빠는, 아니 정상에 가까운 네거티브를 얻는 방법이다.

컬러포지티브(슬라이드)필름을 촬영할때는 정감도로 촬영하는것이 좋다. 네거티브의 경우와 혼동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무조건 노출 오버로 찍어야 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컬러 포지티브 필름을 오버로 찍으면 필름 베이스에 남아나는 유제가 없을것이다. 즉 데이터가 0으로 수렴한다는 이야기. 꼭 정감도로 찍거나 차라리 언더로 찍어야 어느정도 상을 건질 수 있다. 슬라이드 필름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날수록 필름 베이스가 하얗게 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필름을 오버로 찍는다면, 정말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만 받을수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아무리 잘 사용해도 현재 유통중인 제대로 된 필름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 상한 생선은 아무리 잘 요리해 봐야 상한 맛이 안나는 생선요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걸 잊지 말고,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웃돈주고 사는 일은 없도록 하자.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이지만 저렴하고 보관상태가 좋다면, 향신료나 조미료를 통해서 상한맛은 어느정도 감출 수 있을테니, 그건 구매자의 판단에 맡긴다.

 

유통기한이 15년 정도 지난 400TX로 촬영했다. 출장 일정에 쫒겨 처음 테스트롤을 현상만 해서 상이 맺히는걸 확인한 뒤 안심하고 촬영했다. 스냅 촬영때문에 평소대로 800으로 1스탑 증감해서 촬영했었고, EI800에 맞춰 현상을 하니 포그(Fog)가 올라오고 현상도 언더로 된 경우. 출장전 Test롤을 나중에 스캔해 보니 그 필름에도 포그가 끼어 있었다.

 

 

 

유통기한이 17년 정도 지났던 Agfa Precisa100 film. 유통기한이 지났다 보니 Cyan(혹은 Blue) 캐스트가 진하게 끼고, 컷 사이 검정색 부분이 허옇게 올라온게 보인다. 이것도 일종의 포그. 보정을 한다고 하지만, Cast가 끼는 경우 제대로 된 색을 찾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