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오후의 미행 – 구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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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을이었던가, 대구에서였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의 하나로 구본창 작가의 과거 사진들을 다시 한번 짚어 보는 ‘시작을 돌아보다 1970-1990’ 전시가 열렸었다. 소개된 글의 초기작 사진 몇장들을 보고 매료되어 대구에 1박 2일 일정으로 사진을 보러 다녀왔고, 그 때 보았던 사진들은 정말 매력적이어서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인상적이었어도 나도 사람인지라, 그 이후로 그때의 사진들을 다시 보고싶었지만 볼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어 점점 기억에서 흐릿해져 갈 때, 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긴 오후의 미행 사진집 판매’

광고를 보고 긴 고민 없이 바로 연락해 책 구입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재고가 있다는 말에 바로 구입하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입금을 했다. 사진집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린트 퀄리티나 책의 편집같은건 생각도 안한 완벽한 충동구매였다. 구입한지 며칠이 지났고, 도착한 택배를 일요일인 오늘에야 받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펼처 사진들을 한장한장 보기 시작했는데, 시작한 뒤 쉬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한숨에 다 읽어나갔다. 사진의 내용이야 내가 보고 싶었던 사진들이니 내 맘에 쏙드는 것은 더이상 말 할 게 없었고, 실제 인화지에 프린트 한것과 견주어 보아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만족스런 출력 품질이었다. 책의 제본은 재래식 제본으로 되어 있어 책을 완전히 펼쳐보아도 사진을 보는데 부담이 없었고, 스티치도 검은 실로 처리해 사진을 보는데 덜 거슬리도록 신경 쓴 것이 보였다. 거기에 일본 전시당시의 해설도 별도의 종이에 출력되어 앞의 책 갈피에 꼽혀 있어 당시의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의 코멘트 들은 모두 한국어/영어/일본어로 되어 있어 읽는데 무리가 없이 편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책의 맨 뒤 정보를 보니 책은 일본에서 출판/인쇄 되었고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작년의 전시와 맞물려 출판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출판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한국 작가의 사진집이라 한글까지 같이 싣는 배려는 독자로써 보기에는 참 괜찮은 배려였다.

최근 구입한 사진집들 중 만족도가 아주 높은 사진집이라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 포스팅으로 정리 해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