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선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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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경유지였다.

목포로 향하던 도중, 도착해 사진을 찍기엔 시간이 어중간 할 것 같아 어딘가에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가자 하는 생각에 찾아들어간 것이 군산이었고, 군산은 몇번 가 본 경험이 있어 좀 더 들어가게 된 곳이 선유도였다.

본래 선유도는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섬이었지만, 얼마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연결이 되어 군산에서 차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선유도로 가는 길은 무녀도라는 섬을 거쳐 이어져 있는데, 마침 잠시 들릴 수 있는 작은 포구가 있어 잠시 내렸다 가기로 했다.

물이 한껏 빠진 바닷가에는 뻘은 아닌데 자갈밭도 아닌 바닥이 넓게 드러나 있었다. 바닷물에 한참은 들락 거렸을 두껍게 녹이 슨 닻과, 얇게 수초가 낀 계단이 물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 속에서 사진을 담는 도중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 하늘을 올려다 보니 기러기들이 남으로 가는 날개짓을 재촉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부터 고향 하늘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기러기여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기러기만 보면 고향이 생각이 난다. 기러기는 때마다 이동하는 철새라 고향이란 단어랑은 크게 상관이 없는 새일지도 모르는데. 사람은 참 제멋대로 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동안의 숨 돌리기를 마무리 짓고 다시 차를 몰아 선유도로 방향을 잡았다.

무녀도 보다는 규모가 있는 섬에 한가롭게 자리한 포구와 단단한 모래밭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8월의 막바지, 여름 끝물의 섬이라 바닷가에는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많았다. 여유롭게 방파제와 모래밭을 오가며 짠내음 나는 바람 속에서 무심하게 셔터를 누르며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잠시 걸었다.

짧은 시간동안의 섬 산책을 마무리 하고 다시 목포로 차를 몰았다. 언젠가 또 인연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의 여운과 함께 발길을 재촉했다.

 

 

 

 

 

 

 

 

 

 

 

 

 

 

 

 

 

 

 

 

 

 

 

 

 

 

 

 

 

 

2019. 8. 27.

 

Contax G2 / Carl Zeiss Planar 1:2 45mm / UFX400 (EI800)

Rolleiflex 3.5F / Carl Zeiss Planar 1:3.5 f=75mm / Fomapan400 (EI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