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 Lam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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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 Lam 역에 열차가 들어온다.

바닥과 별 차이 없는 납작납작한 돌을 깔아 만든 플랫폼에 기차를 타기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열차가 멈춰선다.

정차.

멈춘 열차의 출입문이 동시에 열리고, 각 객차에서 몸을 내민 차장들은 열차의 앞뒤를 살핀 뒤 출입문 옆에 객실 번호판을 붙이고 플랫폼으로 내려선다. 이어지는 개표. 표를 확인받은 사람은 바닥에서 꽤 높은 승강문으로 오르고, 검표원 앞에 둥그렇게 모인 사람은 밀치고 밀리며 어찌어찌 표를 확인받고 객차에 올랐다. 조명이 설치되어 유리를 통해 안이 훤하게 보이는 칸도 있고, 어떤 객차는 겨우 바람과 비를 가릴 정도로 성기게 구멍이 난 플라스틱을 창문에 댄 칸도 있는데, 플라스틱 창문의 열차는 안에 조명이 없는지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약 5분여 정차해 있던 열차는 출발할 채비를 마친 뒤, 호각소리에 맞춰 일제히 승무원들은 열차에 올랐고, 내릴때와 마찬가지로 앞과 뒤를 살피고 나서 차량 번호판을 떼내 열차 안으로 사라졌다.

발차.

느릿하게 출발한 열차는 좌우로 뒤뚱거리며 역으로 들어왔던 곳의 반대편으로 사라져 갔다.

 

 

 

 

 

 

 

 

 

 

 

 

 

 

 

 

 

 

 

 

 

 

 

 

 

 

 

 

하노이 북부로 향하는 관문, Gia Lam

하노이 북부 각지로

Gia Lam 역은 하노이의 동부, 홍강 건너에 있는 첫번째 역이다. Hanoi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Long Bien 역과 다리를 지나 Gia Lam역에 도착해 손님을 태우고 베트남 북부의 각지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열차는 Gia Lam 역을 출발해, 사파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며 조금 더 가면 중국의 운남이 나오는 Lao Cai, 차로 유명한 Thai Nguyen, 난닝으로 가는 중국 국경열차가 넘나드는 Dong Dang과 항구도시로 유명한 Hai Phong 과 같은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낮 시간대에 Gia Lam 역에 가면 기관차 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객차를 볼 수 있다. 이 열차는 하노이를 출발해 중국의 난닝(南寧)으로 가는 국제열차로, 매일 밤 9시 40분 하노이의 Gia Lam 역을 떠나 다음날 오전 10시 10분 중국의 난닝에 도착한다. 왜 이 국제열차는 하노이 중앙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이곳에서 출발할까? 이 열차가 이곳에서 출발하게 된 이유를 알려면 베트남 전쟁기 까지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아야 한다.

베트남 철도의 시작, 프랑스의 식민 지배

대부분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철도가 도입된 계기는 식민지의 효율적인 수탈과 식민 본국으로부터 식민지 정부로의 물류 수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베트남에서도 비슷한데,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고 있었던 프랑스 식민정부에 의해 베트남에는 철도가 놓이기 시작한다. 베트남 최초의 철도는 1881년도에 완공된 사이공-Cho Lon 사이의 트램이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 종관선의 건설이 시작되고, 하노이-라오까이(Lao Cai,중국 쿤밍 접속) 및 하노이-동당(Dong Dang, 중국 접속) 노선이 건설된다. 특히 남북 종관선의 경우는 1,700km에 달하는 장거리 노선으로 건설에만 약 3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1930년대 말에 약 43km/h의 표정속도를 기록하는 노선이 된다.

표준궤로 남은 중국 손길의 흔적

베트남 전쟁기 중국과 연결되는 하노이-라오까이, 하노이-동당 구간은 미국의 폭격으로 손상이 잦았던 지역인데, 1965년 7월부터 같은해 12월 말에 고용된 중국화인민공화국 철도 공병대는 엄청난 수송력 증강과 함께 복구를 마치게 된다. 이 수송력 증강은 폭격으로 파괴된 선로를 복구 하면서 1000mm인 베트남의 본 궤도 옆에 추가로 1개의 레일을 더 놓아 표준궤(1435mm)를 병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로써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열차는 궤도로 인해 일어나는 열차 환승이나 대차교환 등이 불필요해 졌으며, 협궤철도로 인한 최고속도 제한이나 수송중량 제한도 극복할 수 있게 되어 수송량은 종래 대비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궤간이 병행되는 시설 공사는 하노이 중심지에 있는 중앙역 까지 이루어 지지 않아, Hanoi 중앙역은 오로지 1000mm 궤도의 열차만 다닐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아무래도 1000mm 규격으로 설계된 Long Bien 교를 넘어가기 위해선 교량 수선 혹은 재가설 까지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Gia Lam 역에서 공사를 멈추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이런 이유로 표준궤로 운행하는 국제 열차는 Gia Lam 역에서 더이상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 역에서 멈췄다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경열차 출도착 역의 한산한 풍경

국제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는지, 중국어로 손님을 끄는 이국적인 간판을 건 가게들이 종종 보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국제열차의 출도착 역 치고는 그 주변이 매우 소박했다. 역을 나와 조금 걸어가면 꽤 여러차선의 큰 길이 나온다. 역에서 가까운 곳에 Gia Lam 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이곳에서 베트남 북부 각지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로에 비해 열세인 철도 인프라 덕에, 이용객은 열차에 비해 버스가 더 많다고 한다. 역과 버스터미널 주변 분위기는 베트남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새로운 도심지 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 이곳도 언젠가는 지금과 다른 모습의 도시가 되겠지 하는 생각에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부지런히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큰길로 나와 동쪽으로 길을 따라 가면 큰 길과 기찻길이 교차하는 고가교를 볼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다시 길을 틀어 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길을 따라 걸으며 보는 모습들도 좋았지만, 철길 옆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좀 더 자세하고 보고 싶었다. 기찻길 옆에 바짝 붙은 집들에서는 골목골목 삶의 모습들이 진하게 뭍어 나왔고, 그런 모습들을 보고 천천히 셔터를 누르기도 하며 철길을 따라 걸어갔다. 계속 해 걷다 역 구내가 시작될 즈음 철길은 여러갈래로 나눠졌고, 저마다 가야 할 곳으로 레일은 길게 길게 뻗어 있었다. 각지로 뻗은 레일을 뒤로 하고 한참동안 철길을 거슬러 올라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눈에 익은 풍경이 멀리에 들어왔고,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처음 산책을 시작한 Gia Lam 역 이었다.

우리의 90년대 비둘기호가 오가던 시골역이 문득 떠오르던 베트남의 한 철도역. 이국에서 떠오르는 고향의 기억이 마냥 신기했던, 어느 흐린 날 잠시동안의 산책이었다.

 

 

 

 

 

 

 

 

 

 

 

 

 

 

 

 

 

 

 

 

 

 

 

 

 

 

 

 

 

 

 

 

 

 

 

 

 

 

 

 

Fin.

 

Equipment.

Nikon SP Reissue / W-Nikkor.C 1:1.8 f=3.5cm

Fujica GS645 / EBC Fujinon S 75mm f3.4

Ref.

Vietnam Railways

Rail transport in Vietnam

Hanoi–Đồng Đăng rail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