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카메라로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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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 카메라를 쓰는 일이 즐겁다. 남들이 보기에는 구닥다리 옛날 카메라에 박물관 진열장 안에 있거나,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뽀얀 먼지를 이고 앉아 이어야 할 것 같아 보이는 카메라가 나는 좋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카메라는 현재 생산되지 않는 단종된 카메라로, 출시된지가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100년을 넘어가는 카메라들을 말한다. 물론 대다수는 필름을 사용하며, 전자식부터 배터리 하나 들어가지 않는 기계식 까지 다양하다.

왜 난 이런 오래된 카메라가 좋을까?

일단은 만지는 재미가 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카메라들 모두 훌륭하게 만들어 진 제품이고 조작이 편리하다. 하지만 옛날의 기계식 카메라들은 ‘진짜 기계’가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지금의 카메라들이 PCB기판을 사용해 제어를 하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기능을 구현한다면, 과거의 카메라들은 이런 제어와 기능을 오로지 기계를 통해 구현한다. 지금은 카메라 뒤쪽의 화면을 통해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만, 과거의 RF 카메라 들은 화각에 따른 촬영 면적을 최대한 정확히 촬영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각종 프레임 보정 장치를 사용했다. 또한 SLR카메라의 경우 촬영하는 영상과 파인더를 통해 보는 장면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시야율 100%의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카메라를 조작하며 느껴지는 진짜 기계의 느낌은 하나의 제품이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교감하는 느낌이고, 이는 가전제품과도 같은 지금의 카메라를 대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Leica M3 – 기계식 Old Leica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이다. 이중상과 프레이밍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파인더와 편리한 필름 장전, 렌즈 교환이 쉬운 베요넷 마운트 그리고 바디의 아름다운 장식성까지. 이런 장점들 외에 바디의 완성도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Leica M6 – M3 이후 몇번의 개량을 거쳐 탄생한 M6. 내장되어 있는 노출계와 크롬 마감이 된 Black 바디가 특징이다. 사용 편의성이 M3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지금은 내 손에서 떠나고 없지만 내가 제일 처음으로 접한 M바디이다.

 

 

Nikon SP Reissue – 니콘에서도 RF카메라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Contax 바디의 컨셉을 기본으로 고급의 RF파인더와 신뢰도 높은 바디 그리고 조작하기 쉬운 바디 등으로 나름의 매니아가 많았었다. 하지만 M3와의 경쟁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은 SLR시리즈인 F 시리즈로 니콘의 메인 라인업이 바뀌며 단종되었다. 이후 RF사용자 혹은 Nikon 매니아들의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몇번의 복각 카메라가 생산되었고, 그 복각 시리즈의 최후 제품은 Nikon의 SP모델이었다. 파인더의 재현이 쉽지 않아 복각 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였다고.

 

 

Summicron DR 1:2 f=50mm – Leica M마운트에 사용할 수 있는 50미리 표준 렌즈다. 특히 Eye와 함께 사용하면 1m 안쪽의 피사체도 촬영이 가능해, RF카메라로 0.45m의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단단한 마감과 유격없는 조작감은 실제로 촬영하지 않고 만져만 보더라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Leica IIIc – Barnack 카메라로도 많이 알려진 라이카의 Old 카메라. M형 카메라가 나오기 전의 물건이다. 거의 플라스틱 필름통의 두께 정도의 몸체와 견고하게 마무리된 다이얼의 요철이 만질때마다 손에 착착 붙는 느낌을 준다. Barnack 카메라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악세서리가 많아 이런 것들을 구해 달아주는것도 재미중의 하나다. 이 카메라에 달려있는 악세사리가 눈에 들어온다면 그대도 중증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

 

 

결과물이 독특하다. 카메라는 고급 기술의 집합체라고 하지만 그 집합하는 정도는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기술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물들이 변하는데, 이렇게 가격만큼이나 덜떨어지는(?)기술이 들어간 카메라들은 특이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시장의 법칙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그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수준의(?) 카메라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당대의 아무리 훌륭한 카메라라도 지금의 기술보다 모자란 부분이 있었던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어, 이러한 기술적 한계가 지금에 와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이야기 한 부분들은 각 카메라와 렌즈의 특성이 되고 카메라마다 보여주는 다양한 특성들은 사용자에게 선택하는 재미를 주고, 클래식 카메라 사용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Yashica Electro 35CC – Yashica의 Electro 시리즈 중 비교적 후반기의 카메라다. 동글동글한 외형은 이 모델에 와서 각진 모습으로 변했고 블랙페인트의 외관으로 바뀌기도 했다. 렌즈 고정식 RF카메라에서 보기 힘든 35mm f1.8의 렌즈를 갖고있어 밤시간 촬영도 어느정도의 빛만 주어진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똑딱이용 렌즈이다 보이 최대개방 상태에서 주변부의 화질 열화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이 꽤 자연스러워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Rolleiflex MX EVS – 롤라이사에서 나온 TLR 카메라. 이 카메라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개방 조리개 상황에서는 렌즈의 수차가 여실히 들어난다. 특히 최대개방 상태에서는 배경이 회전하는것 처럼 보이는데, 수차라면 수차 겠지만 이를 회오리 보케라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개방 상황에서 보이는 이런 수차도 잘 활용하면 사진 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이 낮다. 클래식 카메라들은 진입 장벽이 낮다. 물론 일부의 라이카 카메라나 중형 포멧의 유명한 카메라들은 가격이 높지만, 대부분의 클래식 카메라들은 최신 디지털 바디들에 비해 처음 접하고 사용해 보기에 부담이 적다. 또한 저평가된 카메라들도 생각보다 많아 그런 카메라들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다 보면 숨은 보석들을 찾아낸다는 이상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Contax IIa – Zeiss Ikon 사의 RF 카메라. Carl Zeiss사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으나 카메라 사람들 사이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Carl Zeiss렌즈의 성능에 비해 찾는사람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다는생각. 성능이 우수한 Carl Zeiss Old 렌즈를 사용해 보고 싶다면 꼭 갖고있어야 하는 카메라다.

 

 

잘 모르던 카메라가 너무도 많다. 찾다보면 별의별 카메라를 다 볼 수 있다. 밤하늘의 별이 많다고 하지만, 밤하늘의 별만큼 지금까지 발매된 카메라 들도 많다. 필름 회사로만 알고 있는 코닥과 아그파의 카메라 들이나, 후지필름에서 나온 중형 카메라, 익히 들어서 알고있는 카메라 회사지만 영 처음 보는 모양의 올드 카메라와, 거기에 알지도 못하는 글씨가 적혀있는 러시아제 카피 카메라에, 최초의 국산 카메라라는 타이틀을 가진 코비카 까지. 생각 하거나 상상했던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찾아보면 거의 다 기존에 생산되었던 것들이다. 매년 혹은 주기적으로 카메라들은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우리의 시간을 아니 카메라들의 시간을 조금만 더 돌려보면 별처럼 많은 카메라들을 만날 수 있고, 그런 반짝이는 별들을 골라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온다.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Kiev 2 – 2차대전 후 독일의 전후 보상 격으로 Zeiss Ikon사는 러시아로 넘어가는데, Zeiss Ikon사의 기술을 이용해 러시아에서 만든 카메라가 Kiev 2이다. Contax II 카메라와 거의 같은 구조이며 전쟁 전에 생산된 Bigon 35mm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후기의 러시아제 카메라와는 다르게 나름의 튼튼함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Veriwide 100 – 미국에서 만든 광각 촬영이 가능한 중형 카메라. 독일 Schneider사의 Super Angulon 47mm 렌즈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610 중형 판형을 광각렌즈를 통해 촬영이 가능하다. 판형에 비해 사이즈가 작은것도 특징. 또 하나 특징인 것은 전용 파인더로 Leitz 사의 파인더를 사용했는데, 이 파인더도 610판형에 대응이 된다. 3국의 회사가 힘을 합쳐 만든 재미있는 카메라.

 

최신의 각종 디지털 카메라가 너무도 편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요즘, 이런 카메라를 사용하는건 불편을 자초하는 이상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클릭 한번으로 사라져 버릴 수 있는 1과 0의 신호로 사진을 간직하기 보다는 손에 잡히는 사진을 가질 수 있다. 거기에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결과물을 주변사람과 나누는 재미까지 더하면 필름사진을 하는 이유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필름사진을 이렇게 시간의 기억을 품고있는 다양한 카메라로 남길 수 있다면 그 일또한 값진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 어떤 클래식 카메라가 그대의 마음에 들어오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자.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