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nown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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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작은 섬.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작은 섬. 그 섬으로의 여행은 하노이 구시가(Old Quarter)의 한켠에 있는 Long Bien 역에서 시작된다.

하노이 구시가에서도 홍강과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Long Bien역은 Long Bien 다리를 촬영하기에 제일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다리의 초입에서 배경으로 놓고 촬영 하거나, Long Bien교 안쪽까지 한참을 걸어 들어가 다리의 한 가운데에서 촬영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단 다리의 중간까지 철길을 따라 들어갔다가 열차가 오는 경우엔 들어간 길을 되돌아 가는게 아니라 옆의 보행자 도로 쪽으로 넘어 나와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멀리 열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옆으로 빠져나오는데 정말 ’10년 감수했다.’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저런 고역을 잘 이겨내고 한참 Long Bien 다리를 걸어서 들어가다 보면 다리의 중간쯤에 다다랐을 때, 어디론가 연결되는 작은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이 계단을 용케도 찾아냈다면 하노이의 새로운 면을 맞이할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하노이를 보러 출발 할 시간이다.

 

 

※지금부터 설명할 공간은 지극히 하노이의 지방색이 진한 공간이다. 베트남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현지의 동행자와 함께하지 않은 분은 방문에 신중을 기하시기를 바란다. 지역 자체가 위험하다기 보다는 조심하는 의미에서의 이야기라고 할까. 동행이 없는 상태에서의 혼자 여행보다 누군가 안내자가 있는경우에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어를 하지 못한다면 곤란한 경우를 당하기 쉽고, 길이 복잡해 둘러보기엔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알려드린다.

 

이곳은 하노이를 둘러보러 온 관광객 들에게는, 시내에서 정말 멀지 않은 거리에서 베트남의 시골을 잠시나마 체험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거진 바나나 밭과 넓게 펼쳐진 채마밭, 강가로 잔뜩 내어 띄워놓은 수상가옥과 하노이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수영장까지. 특히나 이곳의 수영장은 베트남의 각 층이 이용하는 노천 수영장으로, 주로 남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해외의 누드 비치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특이한 점은 남자들만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다. 각자의 사회적인 위치는 내려놓고 진솔하게 모여 차 한잔 기울이며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고.

 

 

 

 

 

 

 

 

나무 사이사이로 난 길들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날벌레들(특히 모기)을 많이 만나게 된다. 습하고 더운 동남아시아라 그런지 모기도 힘이 좋고 잘 문다.덕분에 모기에게 꽤 많이 물리며 길을 걸어 다녔다. 가기 전 모기 기피제를 사서 뿌리고 들어갔지만 그래도 덜 물리는 수준이지 물리지 않을수는 없는 것 같다. 다음에 혹시 또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긴 바지를 입고 와야겠다.

 

 

 

 

 

 

 

 

 

 

 

 

 

 

 

 

 

 

 

사람키의 두배정도로 자란 바나나 나무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드문드문 하늘이 넓게 열린 개활지를 만나게 된다. 그곳은 여러가지 채소가 길러지고 있는 채마밭이다. 하노이 시내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은 전혀 다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오토바이 그리고 자동차가 넘실대는 하노이 시내에서 보기 힘든 한가로운 시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한참 어디론가 가야하는게 아닌 시내에서 걸어서 단 10분 정도의 거리에!

 

 

 

 

 

 

 

 

 

 

 

 

 

 

 

 

 

 

 

 

 

 

 

 

 

 

여행자로써는 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이날의 촬영을 마치고, Long Bien 다리를 통해 하노이 시내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시간 동안에도 못내 아쉬워 이런저런 피사체를 찾아 셔터를 눌렀고 덕분에 돌아오는 길에도 두어장의 사진을 더 건질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지내며 몇번이나 맞이할 수 있는 기회일까 생각해 보면, 당시에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지 못한 내가 아쉽다. 말을 할 수 있어 잘 통할 수 있다면, 다시 또 그곳을 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언제 또 가능할 지 아직도 기약은 없다. 그래도 소중한 기회를 내어 더운 날과 달려드는 날벌레에도 불구하고 나를 안내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여기서 다시 한번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나의 눈이 되어준 Rolleiflex MX-EVS와 Nikon SP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짤막한 여행이야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Rolleiflex MX-EVS

Nikon SP Reissue

with. Nikkor-H 1:2 f=5cm

with. Nikkor-Q 1:3.5 f=13.5cm

Every roll developed by Xtol

 

2018. 12. 22.

Hanoi.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