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shica Electro35CC Additional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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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Yashica Electro35CC를 손에 넣은 뒤 수롤을 사용 해 보고, 사용기를 작성했던 적이 있다. 적당한 노출과 포커스, 작은 크기까지 스냅용 Rangefinder 카메라로는 최고의 카메라 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사용기를 적었었다. 예전 사용기 보기.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카메라들을 사들였지만, 가끔 Yashica Electro35CC가 생각나는 날이 있었다. 언제 한번 다시 써볼까 생각을 항상 했지만 자꾸 새로 들여오는 렌즈와 카메라에 밀려 좀처럼 손에 카메라를 다시 들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올 가을 다시 먼지를 털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그동안 여러 카메라를 사들이고 써 봤지만 오랜만에 다시 손에 잡은 익숙한 느낌이 좋았다.

카메라 외관. 바디는 황동을 바탕으로 블랙 페인트로 마감이 되어 있다. 덕분에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황동이 드러나는 바디.
조리개 우선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놀랍게도 35mm 렌즈에 최대개방 조리개로 1.8로 사용할 수 있다. 경통은 크롬도금. 셔터부에는 셔터락도 같이 있다.
뒷판에는 파인더와 배터리 캡, 배터리 체크 버튼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필름카운터 부분에 녹색 불이 점등된다. 사용하는 배터리는 4LR44.
필름 카운터와 셔터 어드밴스 레버. 생각보다 가벼운 어드밴스 느낌이 좀 가벼운건 카메라의 특성인 것 같다. 유일한 아쉬움.
렌즈 오른쪽 아래를 보면 필름 감도를 설정하는 레버가 있다. 25부터 5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Yashica Electro35CC에는 보기 드물게 35mm 화각의 최대개방 조리개 1.8 렌즈가 달려있다. 스펙이 아주 좋아 출시년도를 찾아보니 1970년이다. 아무래도 경제가 한참 커가고, 일본의 광학기술도 점점 자리를 잡아 갈 때이니 광학계에 좀 더 신경을 쓴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라. 똑딱이의 35mm 렌즈 개방조리개가 1.8이라니. 어마어마 하지 않은가. 그 시절 꽤 호화로웠던 카메라를 지금 다시 들고 다닌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이 그 전보다 더 커졌다.

그런데 왜 나는 사용기를 다시 쓰게 되었을까? 당시 사용기를 쓰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현상약에 도전하기가 두려워 대부분의 필름을 Diafine이라는 현상약을 이용해 작업했었다. 어중간한 톤이나 거친 입자감이 단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한참 사용하던 당시에는 그 부분이 눈에 크게 들어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Xtol과 Rodinal을 사용해 보면서 그 전에 현상했던 결과물들을 보면서 아쉬움이 들었고, 제대로 현상해 다시 사용기를 작성해 보고 싶었다. 당시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Yashica Electro35CC의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것 같은 생각과 함께 오는 아쉬움이었다.

역시 다시 들고 나선 카메라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잘 작동해 주었다. 간편하게 조리개값만 결정하고 포커스만 맞춰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 주는 카메라.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거리 사진에 참 적합한 카메라 라는 생각을 다시 머리속에 떠올리며 파주와 서울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촬영해 봤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건재했다. 촬영을 마친 뒤 현상해 놓은 결과물을 몇번이나 다시 들여다 보았다. 전에도 분명 잘 나온다 생각했던 카메라였지만 이건 왠지 반칙인 것 같았다.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할수 있는 카메라에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다니. 최대개방에서 중앙부 묘사 능력이나, 조리개 4 이상에서의 화질들은 수십만원 이상가는 렌즈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명하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이나 암부의 표현들이 전보다 더 눈에 들어왔다.

원래 성능을 의심하지 않던 카메라 였는데, 이제는 의심을 하지 않음을 넘어서서 깊은 신뢰를 주게되는 카메라로 자리잡아 감을 느꼈다. 그간 사용하면서 포커스링의 움직임이 불편했지만 참고 사용했던 카메라 였는데, 큰맘먹고 수리점에 맡겨 다시 점검을 받았다. 점검에 시간이 걸려 다시 다른 카메라들에 밀려 사용을 못하고 있지만, 점검뒤의 부드러운 포커스링과 시원해진 파인더를 보며 이제는 더 믿음이 가는 카메라가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Yashica Electro35CC 광고 카피를 다시 한번 이곳에 적으며 사용기를 마무리 한다.

“라이카를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야시카와 함께 카리브해로 떠나시겠습니까?”

Camera : Yashica Electro35CC / Film : Kentmere400, Kentmere100(EI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