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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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도란도란 들려오는 손님들의 대화 뒤로 그의 귀에만 더 잘 들리는 설거지 소리가 들린다. 따로 있지만 한 공간안에 있다는 생각이, 하루동안의 일에 지쳐있는 그는 그 사람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든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그저 같이 있는 것, 그리고 이 공간에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 하나로.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잠시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운다. “잠시만.”이라는 말과 함께. 그저 조용히 앉아 그 사이에 새로 오는 손님은 없는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다시 돌아온 그 사람.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다. “저녁 안 먹었지?”, “어, 아…응.”, “먹자.” 무언가를 먹고 왔을텐데, 고맙게도 같이 먹자며 일부러 사온 걸 건네준다. 그렇게 같이 먹으며 이야기 하다 다시 바빠지고.

그는 한 공간에 함께 있는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되는지를 새삼 느끼며 책을 뒤적인다. 시간을 내 옆에 앉아 이야기 나눠주는 그사람과 함께 하며 시간은 흘러간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사람과 함께 앉는 시간은 짧아지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커져 간다. “생각보다 마감하는데 시간이 걸리네.”, “그래? 같이해.”, “그러면 저 테이블좀 행주로…”, “응. 다른건?”, “아 저 밖에 입간판…”, “이거?”, “어 그런데 그거 말고 저기 모퉁이에도…”, “응, 잠시만. 여기있네.”, “고마워.”, “또 다른건?”, “아, 밖에 벤치같은…”, “아 응응.”, “다 됐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온 손님과, 자연스럽게 하는 주문. “따뜻한 물 나오죠? 그러면 차 한 잔. 얼그레이요. 네네. 그거 두잔.”

기다리던 그는 다시 휴대폰을 뒤적이고, 그사람은 차를 내오고.

“아 고마워요. 그럼…”

이제 가는구나 생각하는 찰나 “사장님 남편.”, “아…”

남은 정리를 다 끝내고 가는길, “그럼 잘 들어가고. 내일 일이 있어서…”, “그럼, 대신 다음에는 맛있는거?”, “응, 그래. 그러자.”, “응.”

그렇게 하루 오후를 보낸 그 사람은 왜인지 모를 가벼움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