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Ektachrome 100 1Roll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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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업계에서 신제품이 나온게 얼마만일까? Re-Package형식을 제외하고는 약 2년 반 전의 Oriental 사의 New Seagull 100/400 필름이 마지막 이었을 것이다. 한동안 컬러 필름은 사라지면 사라져 갔지 새로 생겨나는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Retro가 Trend가 되고, 필름 사진이 패션 업계와 같은 상업 사진에서 주목을 받으며, 필름 사용자가 점층 늘어나고 있던 어느 순간, 코닥은 말했다. 그 필름 우리가 다시 만들겠다고. 그리고 몇번의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결국은 필름을 내놓고야 말았다. 그 필름의 이름이 바로 Ektachrome 100 필름이다.

본래 코닥에서는 Ektachrome 100VS (E100VS) 와 Ektachrome 100G (E100G)가 가장 대표적인 필름으로 유명 했다. VS는 고채도 필름으로 색이 뚝뚝 뭍어날 듯 강한 채도가 특성이었으며, G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인물을 찍어도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정도로 잘 맞춰진 밸런스가 특징이었다. 많이 사용해 보지 못했지만 실제로 E100VS를 몇롤 사용 해 보았을 때, 그 색 표현은 정말 강렬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필름을 정리하던 중 앞의 두 필름과, 유사한 필름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필름이 주류 시절이었던 때에 냉동실에 얼려져 있던 필름들이 유물이 발굴되듯 출토되어 과거의 느낌을 잊지 못한 사람들에게 팔려 나갔고, 보관상태에 따라 구매자를 울리고 웃게 했다.

이런 암흑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2018년 10월, Kodak의 Ektachrome 100이 E100 이라는 코드명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누구는 하루라도 더 빨리 받아보고자 해외 쇼핑몰에서 직구를 했고, 또다른 누구는 충무로에 필름이 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가 구입했다고 한다. 슬라이드 필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으리라. Fujifilm에서 발매되고 있는 Velvia와 Provia를 넘어 다른 특성의 선택지가 생겼으니 말이다.

타이밍을 놓친 나는 어디서도 필름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은 지인에게 한롤을 겨우 얻어 촬영을 해볼 수 있었다. 일단 패키지 색을 보며 느꼈던 반가운 마음이 컸다. 맑은 하늘색의 필름 파트로네 패키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고, 그대로인 그 색은 예전 코닥의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며 설레던 마음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 주었다. 이 파트로네의 파랑은 종이 패키지의 그것과 달라서 직접 사용해 보고 패키지를 까본사람만이 아는 그 파랑이다.

 

 

 

 

필름을 받은 다음날 마침맞게 하늘은 파랗게 열려 있었고, 노랗게 맑은 아침의 빛은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카메라에 필름을 로딩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초등학생 때 학교를 다니던 골목길. 지금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이 되며 공가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 되었지만, 학교를 다니던 그때는 작은 슈퍼도 있었고 친구가 살던 집도 있는 그런 동네였다. 어렴풋 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야기들 이지만 사라졌다 돌아 온 이 필름처럼, 이제는 희미해 진 내 추억들도 혹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차가운 아침 공기 속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아침에 비해 해는 높아졌고 등에는 살짝 땀이 배어날 무렵 사진찍기는 끝이 났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했고, 서둘러 필름을 맡겼으며, 손에 든 결과물은 놀라움이었다. 일단 실제 필름을 보았을때 상당히 치우치지 않는 색을 보여줬다. 채도가 눈에 띄게 강하지 않았고, 암부 표현이 생각보다 좋았다. 마젠타 캐스트나 블루캐스트는 없었고 편안한 자세로 그 당시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랄까? 하지만 VS의 고채도와 같은 느낌을 생각한 유저는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그 다음 PC화면에서 표시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스캔도 직접 해 봤다. 촬영 중 노출계를 컷마다 사용하지 않아 언더 노출이 된 컷들이 일부 있었는데 스캐너 옵션을 만져 적당히 스캔할수 있었고, 사진 편집중에도 상당히 내 말을 잘 듣는 디지털 원본이었다. 해상력도 명부나 암부 어디하나 빠지는 곳 없이 좋다.

우연한 기회에 받게 된 필름으로 담은, 우연히도 너무나 청명했던 날. 그 날의 즐거웠던 산책의 추억을 여기서 마무리 해 볼까 한다.

 

 

Nikon SP Reissue / W-Nikkor.C 1:1.8 f=35mm

Kodak Ektachrome 100

2018. 10. 20.

금촌. 파주. 대한민국.

 

Special Thanks to Nikon Meister! – Mr. Goliath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