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ind the Time – Fujifilm Reala를 추억하다.

오늘따라 1호선엔 사람이 많다. 얼마전 사 놓았던 필름이 떨어져, 학교를 가는길에 종로 3가에서 내려 가게를 찾아간다. 종로3가에 있는 삼성사에 가면 후지에서 나온 Reala도 있고, 코닥에서 나온 Tmax100이랑 400 필름도 있다. Tri-X 400이라는 필름도 있다는데 이건 다 흑백필름이다. 워낙에 비싸 이것들은 다음에 써보기로 하고, 오늘은 Konica에서 나온 Pan100으로 흑백을 처음 써보려고 한다. 흑백 말고는 슬라이드인가 무슨 필름도 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리얼라랑 Konica Pan은 3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필름들이니 부담이 없어 좋다. 학교 수업에 늦으면 안되니 얼른 서둘러야지.

2000년 즈음엔 필름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3000원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던 리얼라는(다른 컬러필름들은 더 저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얼마후 5000원이, 6000원이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다가 어느덧 단종이 되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크게 필름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나는 리얼라가 얼마나 좋았던 필름인지 잘 알지 못했고, 그 필름이 없어진게 크게 아쉽지 않았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했을때는 그저 구하기 쉬웠고, 사람들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 리얼라를 일반적으로 사용했고, 리얼라가 사라진 뒤에는 센츄리아나 아그파, 거기에 미쯔비시 같은 저렴한 컬러필름을 주로 사용했다. 필름을 크게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었. 가리는게 있었다면 가격 정도?

기억속에서 리얼라는 희미해져 갔다. 일상 촬영에는 C200필름을, 중요한 촬영에는 Portra400 혹은 Portra160을 사용했지, 리얼라의 부재를 아쉬워 하거나 이제는 더이상 없는 그 필름을 그리워 하지 않았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로 지인이 잘 보관해 두었던 리얼라 한롤을 내게 넘겨 주었다. 언제 사용할까 하다가 날도 좋고 서울 패션위크에서 오랜만에 인물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어 사용해 보고자 맘을 먹고 길을 나섰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필름에 대한 어느정도의 미심쩍음과, 당장에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필름카메라의 불확실함이 계속 마음속에 한덩어리 부담으로 남아 있었고, 그 부담은 오늘 필름을 받아 스캔을 해 보기 전까지도 계속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마음속의 한 덩어리였다.

하지만 스캔을 하고 살짝살짝 사진을 만지면서, 그 부담은 이제는 내가 더이상 쓸 수 없는 리얼라에 대한 부담과 그리움으로 변해갔다. 이제 또 언제 이 필름을 써 볼 수 있을지…

내게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겨준 필름사진들의 결과를 이곳에 붙이며, 짧은 글을 마무리 한다.

 

 

 

 

 

 

 

 

 

 

 

 

 

 

 

 

 

 

 

 

 

 

 

 

 

 

 

 

 

 

 

 

 

 

 

 

 

 

 

Leica M4 / Zeiss Opton 1:1.5 f=5cm / Fujifilm Reala100 / 4000ED

2018. 10. 20.

DDP. Seoul. Korea.

 

film from Photo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