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Jena Tessar 1:8 f=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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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판형에서 28mm의 시작. 세계 최초의 28mm 렌즈.

흔히 말하는 Carl Zeiss Jena Tessar 1:8 f=28mm 렌즈에 대한 수식어 이다. Carl Zeiss 라는 이름으로 광학기술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 그 어느곳에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던 28mm 렌즈를 내 놓은 곳이 Carl Zeiss. 각종 코팅 기술과 설계 기술이 있는 21 세기에 와서 보는 렌즈밝기 8은 터무니 없이 느린 속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30년대의, 50mm 혹은 35mm밖에 없던 그시절의 상황에서 28mm는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오는 화각이었을 것이고, 그 화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8이라는 렌즈의 조리개가 큰 고려사항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당시의 렌즈 설계 기술이라는 것이 일반 사진에 활용된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군사적인 필요성을 바탕으로 방향을 잡아 발전 해 나갔을 것이다. 군사적 목적은 역시 멀리 있는 피사체를 더 가까이, 그리고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필요는 자연스레 망원 렌즈의 성능 향상이나 발전에 역점을 두었을 것이고, 광각렌즈를 개발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Carl Zeiss는 그런 광각 렌즈를 내놓았다.

시간이 지나 수많은 신형 28mm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고성능의 렌즈에 열광하는 요즘, 나는 이 오래된 렌즈를 손에 넣었다. 세계 최초의 28mm 렌즈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8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렌즈다운 단단한 만듦새와 아름답게 빛나는 크롬 코팅, 치밀한 무게감이 돋보이는 렌즈다. 다소 느린 속도와 거리계 연동이 불가능한 구조는 이 렌즈의 단점으로 많이 언급이 된다. 하지만 굳이 야간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팬포커스에 익숙하다면 8이라는 조리개를 그리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200정도 필름이면 1/125 혹은 1/60의 셔터스피드로, 400의 필름이면 그보다 한스탑 더 넉넉한 셔터 스피드를 8의 조리개로 즐길 수 있으니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내가 구한 렌즈를 한달여 정도 기다려 드디어 배송을 받았고, 배송을 받아 열어본 렌즈의 외관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게다가 같이 온 28mm 정품 파인더의 자태는, Contax iia 바디와의 조합에서 최고의 빛을 발휘하는것으로 보였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조합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더이상의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마운트를 해보고 이 조합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이 상태 그대로 테스트에 나섰다. 좀 맑은 사진이 나와 클리닝이 필요없기를 바랬지만, 그건 역시나 무리한 바람이었다. 보정후의 결과물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포커스링의 조작감은 여러모로 아쉬웠기에 결국엔 클리닝을 맡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클리닝 전 첫 번째 테스트에 나서 확인한 결과는 아래 보이는 사진들과 같았다.

 

 

 

 

 

 

 

 

 

 

 

 

 

 

 

 

 

 

 

 

 

 

 

 

 

 

 

 

 

앞서 언금한 포커스링의 조작감도 아쉬웠지만, 같이 구한 파인더의 곰팡이 까지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렌즈 클리닝을 맡기게 되었고, 다시 찾아 촬영을 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렌즈와 파인더는 깔끔하게 클리닝이 된 채 내게 돌아왔다. 클리닝 후의 만족감은 처음 낙찰을 받고 배송된 박스를 열어 봤을 때의 만족감을 넘어서고도 남는 정도였다. 이 정도로 잘 닦여져 왔으니,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이리 잘 닦여 왔으니 테스트를 한 번 해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외출길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어설프게 해가 뜬 날씨에 어설픈 컬러 필름 한 롤. 다행이도 렌즈가 똑똑하게 닦여 와 그런지 볼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 참 다행이다.

 

 

 

 

 

 

 

 

 

 

 

 

 

 

 

 

 

 

 

 

 

 

 

 

 

 

 

 

 

 

 

 

 

 

 

 

 

 

 

 

 

이후 한동안 사용이 없던중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적당한 노출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바르낙에 사용 가능한 어댑터를 사용해 사진을 촬영해 정리해 보았다. 무코팅 렌즈라고 말하기에 선명한 색표현과 묘사력에 깜짝 놀랐고, 이게 정말 얼마전 팔순을 맞이한 렌즈의 결과물이 맞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결과물이었다. 여름의 강렬한 광선과 코닥의 E100VS 필름이 빚어낸 결과물을 한번 확인해 보자. 무코팅 렌즈라고 하지만 표현에 부족한 점이 없으며, 컬러는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다. 실제 현상후의 결과물인 필름을 봤을때도 크게 이상한 점이 없는것으로 보아, 부족한 결과물을 스캔 후 이미지 처리 하는 과정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각 컬러 발색은 저마다의 색을 보여주기에 바쁘기만 하지, 제 색을 겸손하게 깎아 표현하려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2018. 11. 2. 추가]

 

 

 

 

 

 

 

 

 

 

 

 

 

 

 

 

 

 

 

 

 

 

 

 

 

 

마지막으로 확인해 본 흑백 결과물은 무코팅 렌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고루 잘 배분된 표현과 지나치지 않는 컨트라스트. 그리고 개방하려고 해야 개방을 할 수 없는 조리개로 인한 화면 구석구석의 해상력 까지. 흑백을 사용하며 과거 20세기 초반 사진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렌즈가 이 렌즈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렌즈의 질이 낮은 결과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모든 표현과 묘사를 살려 두었지만 컨트라스트 면에서 딱 떨어지는 묘사 보다는 인간미가 어느정도 남아있는 수용력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나 할까. 샤프하지만 부드러운 표현을 볼 수 있는 렌즈이다. – Kentmere400 (EI800), Rodinal Dev. [2018. 11. 2. 추가]

 

 

 

 

 

 

 

 

 

 

 

 

 

 

 

 

 

 

 

세계 최초의 28mm, Carl Zeiss Jena Tessar 1:8 f=2.8cm. 누가봐도 단점으로 다가오는 RF 거리계 연동의 부재와 느린 조리개 값인 8을 차치하고서라도 결과물을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렌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RF에서 접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대와 성능의 28mm 렌즈가 없음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분이나 Old 렌즈의 레트로 함을 원하는 분이라면, 8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뛰어넘은 Carl Zeiss의 기술을 담은 렌즈를 한 번 사용 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기회가 있는 분 이라면, 꼭 이 렌즈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라며, 몇가지 필름 과 함께한 이 렌즈의 소개기를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