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piter-12 1:2.8 F=3.5cm (1953, 55)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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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y 서칭 중 괜찮은 연식의 Jupiter-12 렌즈를 발견해 구입할 수 있었다. 시리얼을 확인해 보니 1953년에 생산된 러시아제 렌즈이다. 독일의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후보상 문제로, 전범기업으로 지정된 칼자이즈사는 일부 자재와 생산기술을 독일로 이전하게 되는데, 독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러시아의 재료와 기술로 생산하기 시작한 초기의 물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종전 이후부터 50년까지 생산된 일부의 Jupiter-12 렌즈는 독일의 재료까지 사용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워낙에 가격대도 높고 구하기도 쉽지 않아 이 제품은 논외로 하자.

렌즈의 만듦새는 독일에서 생산되었던 Zeiss의 렌즈들에 비해서는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50년대 초의 러시아제 렌즈는 그 이후의 렌즈들에 비해 마감이 좋다고 하는데 이 렌즈도 역시 못쓸정도로 나쁘지는 않다. 포커스링과 조리개링은 부드럽게 작동하며 Nikon S3바디에 마운트 했을때 부드럽게 마운트 된다. 특히나 Nikon의 RF바디와의 조합이 꽤나 괜찮아서 얼핏 보아서는 제치같아 보이기도 한다.

53년 Serial 제품을 잘 사용하던 도중 결과물의 명부가 살짝 번지는 결과물을 종종 보여줘 렌즈를 확인해 본 결과 대물렌즈부에 미세한 흠집이 많이 나있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순광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역광이나 반사가 강하게 되는 피사체에서는 주변부가 번지는 현상을 종종 보여줬다. 덕분에 알이 좀 더 좋은 개체를 찾아 추가로 구입을 했고(1955년), 기존에 사용하던 개체는 지인에게 선물로 보내지게 되었다. 이후 추가 다른 렌즈들의 구입과 테스트로 한동안 잊혀진채 시간이 지났지만 얼마전 Kiev 바디를 구하며 다시 렌즈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새로운 렌즈가 보여줄 결과물들은 어떨지 기대된다. (내용 추가. 2018. 10. 21.)

결과물이 궁금해 얼마 남지 않은 필름을 Jupiter-12를 이용해 다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오전에 잠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사용한 바디는 위에서 본것과 같이 Nikon S3이며, 필름은 Oriental사의 New Seagull400 필름을 EI 800으로 촬영해 Diafine으로 현상했다. 현상한 결과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렌즈의 접안렌즈 부분이 필름면과 매우 가까워 해상도가 좋은 것이 Jupiter-12의 오리지널인 전전형 Biogon 35mm의 특징인데, 이 특징까지 잘 카피해 낸 것 같다. 결과물의 선명함이 좋았으며, 화면의 구석구석까지 묘사가 균일한 것이 러시아제 렌즈라고 말하기 안타까울 정도였다. 비록 필름 15컷 정도였지만, 결과물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Zeiss Biogon 35mm의 카피에 Contax용 마운트라 유난히 더 저렴한 가격의 Jupiter-12지만 결과물은 전혀 저렴하지 않은 렌즈. 당분간 열심히 일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