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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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중 갑작스러운 조부상 소식.

황망한 마음 반, 술기운 반에 늦은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웬수같은 술기운은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서로 촛점없는 대화를 몇분정도 나누다 내일 가겠다는, 내일 보자는 너무나도 평범한 말로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멍 했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소식 때문인지.

다음날 급히 준비한다고 준비해 장례식장에 도착한 시간은 세시 남짓이었다. 향을 사르고, 절을 하고, 상주에게 인사를 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석은 착실히 가족들을 소개해 줬다. 왜인지 내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아, 마음에도 없는, 일이 있어 얼른 일어나야 겠다는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식장 앞에서 인사를 받는 친구를 기다리다 다시 인사를 하고 왔다. 고맙다고, 밥좀 먹고 가지 그러냐고 말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다, 서로의 눈을 보다, 왈칵 눈물이 나왔다.

대학교를 같이 다닐때는 참 열심히도 몰려다녔던 친구다. 당구장으로, 플스방으로, 술집으로, 학교에서도. 어떻게 보면 내 생애 처음으로 행동에 온전하게 책임을 지며 나를 만들어가던 대학생활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을 같이 보냈던 친구다.

그런 친구가 내 앞에서서, 와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억지로 참고있다. 혼자 참아내느라 얼굴은 까칠해질대로 까칠해져 있고, 눈은 퀭한 채로.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친구를 더이상은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내 이기심 때문에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친구에게 오늘 다시 연락이 왔다. 와줘서 고맙다며, 밥을 못먹여 보낸게 미안하다고. 그날 생각이 나서 다시 맘이 싸해지는 통해 말도 안되는 농담으로 그친구의 말을 눙치고 들어가다 어색한 다음에 술한잔 하자는 이야기로 통화를 마무리 했다. 언제 한번 다시 만나 술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