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그곳에 가다 – 번외편. 오오이가와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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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그곳에 가다 – 번외편. 오오이가와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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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번외편으로, 증기기관차 이벤트가 있는 오오이가와 철도의 신 카나야 역과 주변을 소개하려 한다.

오오이가와 철도는 시즈오카의 산간을 달리는 노선으로 20세기 초반 개업 후 현재도 현역 철도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징은 일본 국철(현재 JR)이나 사철(오다큐전철 등)에서 퇴역한 열차를 가져다 실제 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증기기관차도 운행하고 있어 철도팬 혹은 일본의 일반인들도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거나 말로만 듣던 증기기관차를 체험하러 꽤 많은 수가 찾는 노선이다. 또한 중간중간의 철도역 주변에 수질이 좋은 온천과 관광지도 제법 있어 온천관광과 겸해 열차를 타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매형의 배려로 신 카나야역에 방문해 증기기관차를 직접 보고 근처의 온천에서 온천욕 까지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열차에 탑승해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갑작스레 잡힌 일정 덕분에 열차 예약을 하지 못해 기차역에서 실제 열차를 보는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직접 타보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신 카나야 역으로 출발하기 전 집 근처의 라멘집에서 라면을 한그릇 들이킨다. 전날 술도 한잔 했겠다 해장을 위해 주문한 라면은 정말 시원하게 속을 풀어줬다. 맛있는 국물까지 한껏 들이키고 본격적으로 역을 향해 이동했다.

 

 

 

 

자동차로 1시간이 좀 넘게 달렸을까? 시마다 시의 신 카나야 역이 보인다. 오오이가와 본선의 시작은 JR과 접속이 가능한 카나야역 부터이지만 증기기관차는 차량기지가 있는 신 카나야 역에서 출발한다. 과거의 목조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신 카나야 역의 외관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놓은 듯 하다.

 

 

역에 걸려있는 시계가 세월의 맛을 더한다. 철도와 시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는 세계 표준시의 시작이 철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과거 철도가 처음 도입되고, 유럽의 각국이 철도로 연결되던 시절 철도의 안전한 운행이 필요하고 충돌사고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간 체계의 정비가 필요했다. 열차의 유기적인 운행 계획을 위해 세계 표준시를 정하고 각국의 표준시를 만들어 나라간 시간조율을 통해 열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철도와 시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때문인지 철도 관련 유산에는 시계 혹은 시간과 관련된 것이 많다.

 

 

역 내부로 들어서니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역 시설이 인상적이다. 개찰구 위의 시간표나 매표 창구위의 노선도는 과거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곳에 걸려있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그것인지, 새로 만들 때 옛것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옛 느낌이 물씬 나는 역 내부와 잘 어울렸다.

 

 

열차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입장권을 끊고 서둘러 역 안으로 들어섰다. 증기기관차는 출발전 열차 점검이 한창이었고 운행을 위해 보일러에 한껏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기관차의 연돌에서는 연기가 연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기관차는 C11형식이다. 그리 크지 않은 중형 혹은 소형 기관차로 특대형 기관차 같은 위압감은 덜하다.

 

 

열차가 출발한다고 서둘러 열차에 오르라는 역무원의 방송이 역 안을 가득 채운다. 차장은 객차 사이를 오가며 출입문을 점검 했고,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지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열차에 타있는 승객들은 열차가 언제 출발할지 기관차쪽을 바라보며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저마다 먹을거리나 마실거리를 준비해 몇명씩 마주앉은 모습들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 마치 소풍나온 사람들처럼. 승객들이 타 있는 객차 역시 국철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오래된 티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다녔던 비둘기호를 생각하면 느낌이 비슷 하다. 하지만 잘 관리되어 있어 후줄근 한 느낌은 덜하다. 세월의 태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이윽고 열차의 출발시간이 되었고, 기차는 힘차게 기적을 울리고 음직이기 시작했다. 기적 소리는 힘찬 느낌 한편으로 꽤나 애잔하고 아련한 느낌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는 좀 그렇다.

 

 

역 출입문에는 역무원들이 나란히 서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승객들도 즐거운 얼굴로 화답하고 점점 열차는 멀어져 갔다.

 

 

하나의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기분으로 증기기관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역 밖으로 나와 정신을 추스린다. 이제서야 입장권을 한번 더 확인해 보는데 이 승차권이 퍽 정겹다. 이런식으로 꾹 눌러 인쇄한 승차권을 에드몬슨식 승차권이라고 하는데 과거 완행열차가 운행되던 시절 경의선/교외선이나 각지의 역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꽤 오래전에 사용하던 방식인 듯 하지만 경의선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도 같은 승차권을 사용했다.

 

 

신 카나야 역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앞의 자료관을 간단히 둘러본 뒤 온천으로 이동했다. 온천은 신카나야역에서 더 산속으로 들어가서 있는 가와네라는 곳에 있다. 산속 깊은데 위치한 온천이지만 강가에 있어 주변지형으로 인한 답답한 느낌은 덜하다. 또한 오오이가와철도의 철교도 온천의 바로 옆에있어, 온천욕을 하면서 철교를 건너는 열차도 볼 수 있으니 새로운 볼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주차장에서 기차를 봤지만 말이다.

 

 

직접 타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실제로 석탄을 때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본 느낌은 남달랐다. 혹시나 다음번에 가와네 온천이나 신 카나야 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예약 후 열차를 타보겠다고 다짐했다. 시원한 캔맥주와 삶은달걀 혹은 말린 건어물과 함께!

PENTAX K-1 / m28mm F3.5 / FA 43mm F1.9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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