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그곳에 가다 – 네째날. 두번째. 가케가와를 지나 키쿠가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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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가와에 도착해 무엇을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놓고 온 것은 없었다.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역내의 안내 팜플릿을 보던 도중 가케가와 성이 보여 그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목조로 지어진 성이라고 하니 뭔가 볼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마침 학교의 하교시간이 맞았는지 많은 학생들이 역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학생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밝다. 웃는 모습도 좋고. 맑은 여름날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생각하며 계속 가케가와 성으로 이동했다.

 

 

 

가케가와는 역을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높이의 건물들로 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시간의 켜가 느껴지는 건물들과 단정하게 새로 지은 건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건물들이 높지 않은 덕분에 길 사이사이, 건물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잘 올려다 보이고, 따듯한 햇살이 여기저기 눈부셨다.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다.

 

 

 

 

맑은 날씨, 밝은 학생들을 보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가케가와 공원의 바로 아래까지 왔다. 가케가와성 공원의 입구되는 곳에는 아래와 같이 큰 돌에 성 공원임을 각인해 표시해 두었다. 이제 성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 위에 위치한 가케가와 성은 규모가 무척 크지는 않은 중간 규모의 일본식 성이다. 이 성 역시 소실되었다가 추후 재건된 성에 속하나, 다른 일본의 복원된 성과는 다르게 전통방식 그대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목조구조 그대로 복원된 성 이라는 특징 덕분에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정도로 잘 복원된 성인가 확인해 보러 언덕을 올라갔다.

매표소에서 올려다 본 천수각의 모습은 이렇다. 야트막한 언덕위에 위치한 일본의 성이지만 처마의 선이나 건물의 생김새는 공격적이다. 흰색의 회반죽 벽과 검고 반짝이는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은 이런 대비를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게 한다.

 

 

 

 

원래는 관람 순서가 천수각을 둘러보고 내려와 니노마루어전(掛川城二の丸御殿)을 둘러보게 되어있었지만 안내문을 잘못 읽었는지 니노마루 어전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람을 마치고 이렇게 둘러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게, 안내를 해주시는 할아버지/할머니께서 친절하게도 가방이 무거우니 이곳 매표소에 가방을 맡겨두고 성을 둘러보라는 호의를 베풀어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벼운 몸으로 아래의 니노마루 어전과 천수각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니노마루 어전은 영주가 평소 생활을 했던 공간으로, 전시(戰時)에 사용하거나 잠깐잠깐의 일을 하러 올라가 사용하던 천수각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주의 생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가케가와성의 니노마루 어전은 원형이 잘 보존된 공간으로 알려져 있어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구조는, 많은 방을 기본으로 중간중간에 방들을 이어주는 복도까지 섞여있어 상당히 복잡한 공간 구성을 갖고 있다. 또한 신분에 따라 사용 하는 공간이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어, 아래 신분의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은 무척 작고 허름하게, 높은 신분의 사람은 크고 장대한 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천수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가케가와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인다. 멀리 도카이도 신칸센 선로와 재래선(JR東海 – 東海道本線)선로가 보인다. 마침 신칸센 열차가 지나가 한컷. 이곳 가케가와 역은 JR 재래선 열차뿐 아니라 신칸센 열차도 승차할 수 있는 역으로 역이나 동네가 시골치고는 좀 규모가 있다. 역 주변의 시가지 답게 꽤 높은 높이의 건물들도 보인다. 그 너머로는 산으로 막혀 있는 지형.

 

 

 

성의 서쪽을 바라보면 넓게 펼쳐진 지형에 고만고만한 주택가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날이 맑기 전 비가 꽤 내렸는지 하천을 흐르는 물의 양이 꽤 많다.

 

 

남쪽의 역 방향을 한장 더 담아보았다. 이런저런 건물들이 모여 있는 모습. 그래도 갑갑할 정도로 많은 건물들이 빽빽한 정도는 아니다.

 

 

 

성의 북쪽의 풍경. 저 멀리 보이는 꽤 높은 산들의 모습과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구름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로와 넓은 운동장, 2~3층 정도되는 건물들이 꽤 많이 보인다.

 

 

 

 

이런 풍경을 어떻게 보게되었을까? 바로 아래와 같은 계단을 벌벌벌 떨면서 올라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옛날엔 이런데에서 그 긴 칼을 차고 펄쩍거리면서 뛰어다고 싸움까지 했을걸 생각하면 새삼 대단하면서도 미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사이좋게 살지. 참 사람의 미련함과 악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성을 내려와 짐을 찾으러 가는 길, 마침 해가 성뒤에 숨었을때를 잡아 사진을 찍어봤다. 물론 보정도 꽤 들어갔지만, 마침맞게 사진이 잘 나와 준 것 같다.

 

 

 

 

가방을 다시 찾아메고 무겁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무심코 바라본 하늘의 나뭇잎이 좋다. 초록색과 파란색 하늘의 조화가. 이런 날씨에 일본의 처마가 아니라 여유로운 우리나라의 처마가 곁들여져 있다면 훨씬 좋을텐데. 이런 청명한 하늘을 보기 힘든 우리나라가 생각나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이제는 가케가와 성을 떠날 시간이다. 생각보다 오랜시간동안 가방을 내려놓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했다. 시간이 더 지나 해가 눕고 나니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더 남기고 가케가와 성을 내려온다.

 

 

 

 

누나네 동네 근처에서 매형과 만날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들어갈 만한 가게나 생맥주 한잔 마시면서 시간 보낼곳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가게를 찾기가 힘들었다. 아직 다섯시가 넘지 않은 시간이고 원체 사람이 많이 다니거나 몰리는 그런 동네도 아니어서 영업을 하는 가게를 찾기가 쉽지도 않았다. 있어도 거의 영업 준비시간이라 가게에서 뭘 먹을수는 없었다. 그래서 터덜터덜 역 주변을 돌다가 아주 허름하게 생긴 커피숍을 찾아 들어갔다.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같이 나온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는데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린가 하고 화장실을 가면서 보니 일본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아침 드라마다. 재미있게 보고 계신지 아주머니께 넌지시 물어보니 꽤 재미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여행삼아 몇번 나와본 적이 있으시다고. 그래서 후지산 공항이 생겨 좀 편하시겠다 말씀드리니 그곳은 멀고 교통이 좋지 않아, 후지산 공항보다는 나고야 공항을 통해 주로 드나든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하긴 후지산 공항까지는 대중교통도 별로 좋지 않고, 나고야의 쥬부국제공항은 신칸센과 공항철도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체감거리는 훨씬 짧겠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한 30년 전쯤에 멈춰버린 듯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기차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찌감치 표를 끊고 플랫폼으로. 아직은 시간이 남아 열차를 몇대 보내며 사진을 담아보기 위해서이다. 마침 시간도 적절해 햇빛도 좋고 사람도 플랫폼에 꽤 있어 괜찮은 사진이 나오겠다 싶었다.

 

 

 

 

 

 

 

 

 

 

 

 

 

사진을 찍다 마침내 적당한 시간이다 싶은 열차에 올라타고, 몇정거장 다음의 키쿠가와 역에 도착했다. 1층에 역이 있는 구조로 플랫폼간 이동은 육교를 통해 한다. 육교에 난 창 건너편으로 내다 보는 풍경이 새롭다.

 

 

 

 

가케가와 역 보다 더 작은 역 규모와, 그에 걸맞는 동네 규모를 갖고 있는 키쿠가와 역. 한적하고 조용한 역 분위기와 동네의 분위기가 참 닮아있다.

 

 

 

 

매형과의 약속시간까지 아직 꽤 긴 시간이 남아있어 역 주변을 한바퀴 돌아봤다. 출출하니 뭐 먹을건 없을까 알아보기도 할 겸. 그런데 혼자 들어가 뭘 먹을만한 식당은 없다. 편의점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 흔한 편의점도 안보이고 정말 뭘 먹을게 없다. 결국 있는건 자판기 뿐인데 자판기에서 음료수 빼먹을것도 없고 그냥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며 역 주변을 계속 걸었다. 할것도 없는데 사진이나 찍자며. 덕분에 역 주변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녀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역 주변을 몇바퀴 돌고, 역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 삼십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 매형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면 가케가와에서 좀 더 있다 올걸 그랬다. 거기는 편의점이나 혼자 들어갈 식당정도는 보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매형을 만나 오랜만에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가다보니 그런 아쉬운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누나네 집에 도착해 짐도 풀고 오랜만에 만나 소식도 듣고 하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빠르게. 누나랑 이야기 하고 쉬는 동안에는 촬영한 사진이 없어 이 여행기 이후로는 번외편 간단하게 하나와 복귀날 촬영한 사진들로 마무리를 짓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시즈오카로의 이동은 성공적으로, 그리고 꽤 많은 사진들과 함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PENTAX K-1 / FA43Ltd

2 Responses

  1. admin

    답변 감사합니다~ 곧 다음 여행기로 또…^^
    가끔 놀러오셔서 구경하시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