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필름 카메라를 쓸까?

posted in: 사진이야기 | 0

필름으로 사진를 찍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요? 요즘 필름 현상은 되요?”

물론 현상 됩니다. 인화도 되고요. 그런데 왜 쓰는지 물어보시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가만이 생각해 보면 컬러사진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다. 필름의 색감이 좋다면 보정하면서 색을 틀어주면 되고 그레인이 좋다고 하면 추가를 해주면 된다. 컬러네가가 관용도가 좋다고 하지만 요즘 Raw파일 생각하면 디지털이 낫다.

하지만 조금 다른 필름의 종류를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컬러 리버설 필름(슬라이드 필름)의 경우는 촬영한 사진을 실세 색을 가진 필름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다. 환등기까지 있는 경우에는 벽이나 스크린에 비춰 큰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기도 하고. 또한 특이한 발색 덕분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필름값이 워낙에 비싸고 현상도 해주는 곳이 별로 없는 탓에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흑백 필름은 할 이야기가 좀 많다. 일단 흑백필름은 촬영부터 인화까지의 전 과정에 촬영자가 개입하기 위한 장벽이 제일 낮은 필름이다. 컬러 네거티브나 컬러 파지티브 필름도 개인이 현상이나 인화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이나 작업을 위한 환경의 준비에 많은 공과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흑백필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다. 현상을 하기 위해서는 현상용 탱크와 암백 그리고 현상약품 3가지 정도가 필요하다. 인화를 하기 위해서는 확대기와 약품 몇가지 그리고 자잘한 도구 몇가지면 인화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진을 만드는 전 과정에 내가 개입을 할 수 있다는건 내 사진을 표현하는데 있어 큰 매력이다. 물론 컬러 사진이나 디지털 사진도 내 의도대로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주로 웹용 디지털 결과로 끝나는 사진과 종이의 형태로 내손에 쥐게되는 흑백 인화물과의 차이는 아무래도 다르다.

흑백 사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진과 관련된 재료의 특성을 알아가고 빛을 다루는 법을 알아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사진을 손에 들게 될 때의 희열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거라 생각한다.

이 맛을 알아버렸으니, 아무리 디지털 카메라가 좋아지고 화소가 높아진다 한들, 필름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디지털 카메라에 손이 잘 안가게 될 수 밖에.

내가 필름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

Rolleiflex MX-EVS & Leica M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