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그곳에 가다 – 세째날. 리니어 철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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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그곳에 가다 – 첫날. 숙소까지.

나고야. 그곳에 가다 – 둘째날. 나고야 시내 투어 1

나고야. 그곳에 가다 – 세째날. 리니어 철도관

나고야. 그곳에 가다 – 세째날. 나고야 시내 투어 2

나고야. 그곳에 가다 – 네째날. 나고야를 떠나 시즈오카를 향해

나고야. 그곳에 가다 – 네째날. 두번째. 가케가와를 지나 키쿠가와에.

나고야. 그곳에 가다 – 번외편. 오오이가와 철도.

나고야. 그곳에 가다 – 마지막. 나고야로, 그리고 한국으로.

 

 

벌써 날자는 지나고 지나서 여행의 세째날이 되었다. 오늘은 그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리니어 철도관을 가는 날. 전날 실패했던 모닝구도 먹을 겸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씻고 숙소를 나서기로. 아침 하늘도 맑고 공기도 선선했던 날이었다. 하늘 좋구나!

 

 

신나는 일이 있을 땐 별별게 다 좋아보인다고 하지만, 철도 박물관 가는게 뭐 좋은 일이라고 별로 좋아보이지 않던 숙소도 좋아보였다. 숙소를 나와 전철역으로 걸어가며 숙소 주변 길거리도 사진으로 한장.

 

 

이틀동안 지나다니면서 미리 봐두었던 고메다 커피를 찾아갔다. 숙소에서 가깝기도 하고 워낙에 나고야 여행기를 찾아보면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간 집. 적당한 가격에 빵과 얹어먹을 소스 그리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뜨거운 물수건을 주는것은 조금 신기. 커피로 정신을 깨우고 빵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하루동안 뭘 할지 생각해 봤다. 박물관에 가는 일정 외에는 별달리 떠오르는 일정은 없었다. 일단 박물관을 보고 시내에 나가 사진이나 좀 찍고 쇼핑해야 할 물건들을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숙소 근처부터 나고야 역까지 이동하는 중에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사진들을 찍으며 이동했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별도로 포스팅을.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이렇게 나고야 역에 도착해 리니어 철도관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다 보니 바로 옆의 신칸센 플랫폼을 분주히 오가는 열차가 눈에 들어온다. JR Pass를 구입해 돌아다녔던 예전의 여행에서는 지하철보다 더 자주 탔었던 JR이지만 이제는 그림의 떡이다. 현금을 다 내고 타기에는 너무 비싸니까. 건너편 플랫폼에 보이는 신칸센 열차를 실컷 구경하고 곧 들어온 리니어 철도관 행 열차를 탔다.

 

 

안녕. 신칸센.

 

 

한동안 열차를 타고 가다보니 창문 너머로 JR 동해의 리니어 철도관이 – 박물관 건물의 형태가 신칸센을 닮았다 – 눈에 들어온다.

잠시 일본의 철도 박물관을 소개하자면, 민영화 후 6개의 철도회사 – JR동일본 / JR서일본 / JR동해 / JR홋카이도 / JR큐슈 / JR시코쿠 – 로 나눠진 뒤 JR시코쿠와 JR홋카이도를 제외하고 각 회사별로 대표적인 철도박물관을 하나씩 갖고 있다. 철도 박물관의 목록을 잠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JR동일본 – 사이타마 철도박물관
  • JR서일본 – 교토 철도박물관
  • JR동해 – 리니어 철도관
  • JR큐슈 – 큐슈 철도 기념관

이중 JR동해는 방문해 본 적이 없는 곳으로 이번 여행의 제일 큰 목표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일본 고속철도의 동맥격인 도카이도 신칸센을 운영하는 회사인 JR 동해가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해 꽤 큰 기대를 갖고 찾아온 곳이기도 하다. 어떤 전시물들이 있을지 찬찬히 살펴보자.

 

 

리니어 철도관 역에서 내려 아래와 같은 안내 표지를 따라 조금 걸어가 보면 곧 도착하게 된다.

 

 

나고야시 모노즈쿠리 문화 교류 에리어 라고 쓰여진 조형물이 박물관 앞에 서 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만드는 산업이 발달한 나고야이니 만큼(도요타도 있고, 철도차량 제작회사도 있고, 일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산업도시기이도 하니…) 모노즈쿠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것 같다.

 

 

오픈 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덕분에(?) 주변을 한바퀴 돌며 시간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박물관 주변에는 별게 없다. 정말 없다. 있는거라고는 역 고가 밑에 있는 편의점 한곳. 가급적 전시장 오픈 시간에 맞춰 가기를 권한다.

이렇게 들어가면 JR동해의 대표적 열차 세대가 전시장 방문객을 맞이한다. 건물로 치면 파사드, 사람과의 만남으로 치면 첫인상과 같은 전시장의 첫 전시물 세가지. 간결하게 구성된 어두운 공간 안에 열차 세대만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 첫번째 열차는 본토-큐슈간의 장거리 열차를 견인했던 C62 증기기관차이다. 한국사람들에게 좀 더 익숙해 보이는 이유로는 은하철도999의 모델이 된 기관차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열차의 한켠으로 플랫폼 정도의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좀 더 가까이에서 열차나 기관실 안을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장거리 열차를 끌었던 대형 기관차인 만큼 거대한 규모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협궤 증기기관차로는 주행최고속도 기록을 갖고 있는 기관차이기도 하다.

 

신칸센의 고속 주행을 위한 시험차로 활약했던 300X 신칸센 시험차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여객수송의 목적이 아닌 각종 검계측 장비를 싣고 신칸센 고속화를 위한 연구에 사용되었던 차량. 때문에 여객용 열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한때 최고속도 운행기록을 갖고 있었던 열차이기도 하다고.

 

마지막으로 이곳의 이름으 한 부분에 들어가 있기도 한 초전도 리니어 시험용 차량. 간토와 간사이를 초고속으로 연결하기 위해 현재 연구중인 초전도 리니어 열차 – 자기부상 열차 – 용 시험차량으로 500km/h가 넘는 최고속도 기록을 갖고 있는 열차이다. 생긴거는 다소 특이하게 생겨 멋있다(?)싶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기념비적인 의미가 있는 차량으로 이곳에 같이 전시되어 있다. 이 열차 역시 한쪽에 관람용 플랫폼이 설치되어 있어 더 가까운 거리에서 열차를 관찰 할 수 있다.

 

 

열차 세대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둘러 보고 다음 전시공간으로 이동.

 

 

전시 공간내의 전경이다. 현역에서 퇴역한 대표적인 차량들을 전시하고 있다. 종전 전에 달리던 열차부터 신칸센의 시작과 탄생한 0계 열차, 최근 퇴역한 700계 신칸센 까지 다양한 실차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차량 상태들 또한 잘 관리되어 있는 덕분에 현역에서 달리던 시절보다 더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 찬찬히 열차 하나하나를 살펴보기 위해 전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초기 신칸센 검측차로 유명한 닥터 옐로우(0계) 열차이다. 현역 검측차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렇게 보기 힘들었던 차여서 한번 보면 엄청 재수좋은날이라는 이야기 까지 있었던 차량이다. 이제 이곳에서 조용히 남아 관람객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왼쪽으로는 실제 차량의 대차가 있고, 열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된 전시물도 보인다. 대차 뿐 아니라 열차의 주요 부품들을 직접 동작시켜 보면서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Study Zone이 있어 열차 각 부분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닥터 옐로우의 오른쪽으로는 한때 운행했던 100계 신칸센의 2층 식당차도 보인다. 2층 식당차는 100계 이후 신칸센의 짧은 운행시간과 식당칸 이용 수요의 감소로 현재는 추가로 도입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닥터 옐로우의 정면. 전시되어 있는 다른 열차의 연결통로에서 촬영해 시야가 좀 더 높아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100계 신칸센 식당차 내부의 모습. 당시의 테이블 세팅이나 내부 집기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음식 모형등을 잘 재현해 두었다. 사진 오른쪽의 잘려나가 나오지 않은 부분에는 운영 당시의 메뉴를 붙여놓아 어떤 음식들을 판매했고 어느정도의 가격에 서비스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신칸센 열차를 한번 더 촬영해 봤다. 왼쪽부터 700계, 300계, 100계, 0계 열차로 모두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대표열차로 활약했었다. 그래도 700계~100계까지는 현역으로 운행하는 동안 이용해 본 적이 있어 다 왠지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전시장의 뒤쪽 공간으로 넘어가면 민영화 전 국철시대의 특급/급행열차로 활약했던 실제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다. 신칸센 차량의 일부와 특수용도의 차량도 같이 보존되어 있으니 참고.

 

 

전망향 선두부를 갖고 있었던 시나노. 일본 열차들 특징중 하나는 전망을 볼 수 있는 열차들이 생각보다 많아 열차 주행시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열차도 그런 열차중 하나.

 

 

그 옆에는 도카이 헤드마크를 달고 있는 급행형 전동차도 한대 전시되어 있다. 운행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기름만 채우고(아니면 팬터그래프만 올리면) 달려갈 수 있을것 같다. 실제로 달릴 수 있을지는…? (일본에는 동태보존-주행 가능한 상태로 보존-된 열차들이 꽤 존재하기는 한다.)

 

 

다음 전시차량은 디젤 특급 히다로 활약했던 키하 기동차. 구형 국철 특급은 뭔가 매력있는 디자인이다. (철덕이라 그런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익숙한 이 열차. 과거엔 전국에서, 근래에는 교외선 경의선에서 활동했던 열차와 궤를 함께하는(?) 키하 동차. 실제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비둘기호 동차도 가와사키 차량 회사에서 수입해 조립만 해 운행한 열차다. 일본에서도 보통 열차로 활약했었고, 이곳 리니어 철도관에 전시되어 있다. 열차 도색까지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크림색 대신에 흰색을 사용했었다.

 

 

디젤 시절의 시나노 동차도 보이고, 아래에는 전기를 먹고사는(?) 전동차 시절의 시나노 열차도 전시되어 있다. 메인 전시공간의 열차들은 대부분 실내를 볼 수 있다. 덕분에 운행 당시에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열차 탑승 당시의 추억도 다시한번 되새겨 볼 수도 있다.

 

 

 

 

역시 철도박물관 하면 빼놓을 수 없는것이 디오라마 아니겠는가. 이곳 리니어 철도관도 무식하다 싶을 정도의 규모로 철도 디오라마가 설치되어 있어 관람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 한켠에는 디오라마용 열차 작업실도 공개해 두어 열차의 제작이나 수리 과정등을 엿볼 수 있다.

 

 

보라. 나고야 락 페스티벌을 재현해 놓은 이 디오라마를. 사람이 참 많다. 아주 참 많다.

 

 

디오라마 중 나고야 역 주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부분. 이외에도 도쿄역 주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부분과 오사카/교토 주변을 재현해 놓은 부분까지 합쳐놓으면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너무 넓으니 다니는 열차를 한눈에 보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제대로 보려면 지역별로 세번에 나눠서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런 정성까지는 없어서 적당히 슥 보고 우와…하다가 나왔다.

 

 

박물관의 2층 전시영역에서 내려다 본 1층 메인 전시공간. 국철시대 구형 열차들과 신칸센, 중간중간 보이는 완목신호기와 램프형 신호기, 그리고 저 뒤에 전시된 시계까지. 한눈에 전시물들이 시원시원하게 들어온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프다. 넓디 넓은 박물관 안을 그렇게 돌아다녔으니 당연히 배가 고플만도 하지. 철도 박물관에서는 어디를 가나 유명한 에키벤(역 도시락)을 준비해 놓고 철덕들을 유혹하는데, 나도 그 유혹에 넘어가기로 했다. 에키벤 하나와 음료수 하나로 점심 해결. 따듯하고 막 맛있는 밥은 아니고 먹을만 한 역 도시락. (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싸잖아!)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시내로 돌아가는길에 전시장을 돌아보니 학생들이 바글바글 하다. 체험학습 등으로 전시장을 찾는것 같은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열차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기록하고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철덕 조기교육인가…)

 

 

리니어 철도관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PENTAX K-1

PENTAX m28mm F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