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 55mm F2 with PENTAX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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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망원의 부재로 적당한 렌즈를 찾는 도중 제습함에서 문득 발견한 55미리. 일전에 펜탁스 클럽에서 같이 활동하시던 회원분이 발삼이 피었다고 한번 편하게 써보라고 건네주셨던 렌즈다. PENTAX K-5 사용할 때 잠깐 써보기만 하고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번 풀프레임에 써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나왔으니 써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조작감은 묵직하니 신뢰가 가는 손맛이다. 촛점링도 부드럽게 잘 돌아가고 조리개도 잘 끊어진다. 햇빛이나 휴대폰 플래시에 비춰보니 발삼은 찬란하게 빛난다. 그래도 K렌즈 아닌가. K 55mm F2 렌즈. K렌즈니 믿고 써보기로 한다.

PENTAX K-1에서 써보기 전에 PENTAX K2DMD에 먼저 물려서 필름과 한번 사용해 봤고, 순광에서는 믿을만한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잡광이 들어오거나 역광에서는 여지없이 뽀-얗게 컨트라스트가 확 낮아지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역시 발삼이 문제가 되기는 하는구나. 하지만 순광에서의 결과물을 보고 믿음이 가고, 이런 소프트함이 어떻게 보면 특별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테스트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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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한 장소는 마침 본가에서 가까운 헤이리. 파주에 위치한 헤이리는 집에서의 접근도 편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건축물들이 많아 소소한 촬영삼아 잠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오늘도 단골 카페에 잠깐 들러 시원하게 커피 한잔 마시고 안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소품을 몇컷 찍어본다. 설정을 잠시 잘못해 최대개방으로 두컷을 찍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깔끔하다. 얕은 심도라 촛점이 맞은 영역은 아주 적지만, 맞은부분의 선명함은 볼 만 하다. 자, 이제 뜨거운  바깥으로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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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의 금속 느낌이나 콘크리트의 질감, 녹슨 자동차의 녹물, 광택있는 손잡이, 빨같 꽃잎이나 초록색 잎들이 생긴대로 잘 나온다. 조리개를 어느정도 조여주니 여기저기에서 보일만한 수차도 잘 보이지 않는것 같고, 에지간히 무던하게 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그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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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칼라로 보이는 피사체들 보다는, 흑과 백으로 담아야 괜찮을것 같은 피사체들을 촬영해 촬영 당시의 느낌대로 집에서 보정해 보았다. 바디 자체 프로세스도 가능하지만 촬영 당시의 느낌이나 의도대로 나타내기 좋은 후보정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정해 봤다. 렌즈가 흑백사진을 만들어 주는건 아니니, 아 이렇게 나오는구나. 화각은 이정도구나 생각해 보는 정도로 참고만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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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맑은 날씨에 뜨거운 공기 파랗지 않은 하늘. 오늘같은 날에 K 55mm F2와 PENTAX K-1 바디로 촬영하면 이런 느낌의 사진들이 나온다. 과장없이 편한 느낌의 사진이지만 색이 있는 피사체는 그색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는 느낌이랄까? 원래 초록색 표현이 좋다는 펜탁스라고 하는데 건물 담쟁이 덩쿨의 색이 왠지 무채색의 건물과 희미한 하늘색 속에서 포인트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구형 렌즈에 발삼은 있는 렌즈지만 적당히 보정만 해주면 괜찮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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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길, 할머니의 뒷모습을 담으려고 급하게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실패. 심한 하이키의 사진으로 남아버린 할머니의 뒷모습. 하지만 이 뒷모습 사진도 조금 만져보니 또 하나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 55mm F2 렌즈도 비슷하지 않을까? 잘 안쓸까 생각했던 렌즈인데 사용하다 보면 손에 곧 익어 또 괜찮은 사진을 만들어 줄 것 같은 렌즈이다.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