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여행 – 봉정사 – 201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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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를 가기 위해 시내버스 노선도를 보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봉정사로 출발하는 버스는 안동 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것이었고, 안내도에 그려진대로 가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 도착한 시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있었고 그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기다리고…기다리고…또 기다려도…버스는 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건가 싶어 다른 분들께 여쭤보니 안동초등학교앞의 버스 정류장은 두개로 나눠져 있어 내가 기다리던 곳 바로 옆의 정류장에서 출발하는것이었다. 버스는 놓쳤고, 봉정사는 어찌가나 하고 있던 차에 나 말고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고, 버스는 다음 올라가는 편이 너무 늦다는걸 확인한 후, 같이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서로 했던 말이 거기까지 가는데 만원정도면 될거라는 이야기 였지만, 그건 순전히 우리들만의 착각이었다. 봉정사에 도착하니 택시비 만오천원…



그래도 택시기사님의 친절 덕에 봉정사 바로 아래의 주차장 까지 실어다 주셨고 잔돈을 깎아주시는 센스까지 발휘해 주셨다. 그래서 만오천원. 앞에 소개했던 그 책에서 읽은 봉정사의 느낌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첫 여행지는 봉정사로 결정을 했고 거기서 지는 해를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그런 이유로 도착한 봉정사는 안동이라는 관광지의 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정말 고즈넉 하고 저무는 해의 따스함이 넓게 퍼진 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은 남서향으로 자리를 잡아 지는 해의 햇빛으로 온 경내가 따스하고 밝은 빛으로 가득했었고 지는 하루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포근함을 주었다.


대웅전과 극락전을 비롯한 건물들도 약간의 개보수를 거쳤겠지만 옛 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영화를 자랑하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총천연색의 단청이 아닌, 색바랜 단청은 그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게끔 해 주었다. 절로 들어가는 만세루는 정면에서 보면 2층, 후면에서 보면 1층으로 보이는 특이한 구조로 위에 걸린 목어나 법고, 시를 판각 해놓은 판들이 걸려 있었다. 휘어지고 구부러져 자란 목재 그대로를 사용한 절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일방적인 직선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보다 따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만세루에 올라가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화재 관리를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이해해야 할지도.



절에서 내려가는 차 시간은 넉넉했기 때문에 절의 구석구석 까지 살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 본당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영선암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스님들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오래된 건축물의 분위가가 좋았고 세월이 오래 지난 나무 건물의 사람의 손때뭍은 느낌이 참 좋았다.



이렇게 절을 둘러보는 동안 두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버스 시간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날이 점점 쌀쌀해져 절 경내에 있기가 점점 힘들어져 근처의 찻집을 찾게 되었고 매표소에서 왼편 깊숙히 자리잡은 한 찻집에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날 안동에 도착해 봉정사 주변의 국화차가 특히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국화차를 한번 마셔보려 했지만 국화차는 2인분 부터라는 말에 모과차를 한잔 마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2인분을 주문해 마셔봐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난다. 뭐…아쉬운게 있어야 다시 안동을 찾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위로를.



몸이 어느정도 녹을 때 즈음 해서 버스 시간이 되었고, 내려와 버스를 탔다. 하늘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저녁을 먹기로 했고 저녁은 안동에서 유명한 간고등어 구이를 먹기로 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고택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막차가 지나간 시간이라 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치암 고택까지 이동했다.


치암 고택은 안동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는 마을에 있는 한옥을 옮겨 재현해 놓은 고택으로 바로 앞의 향산 고택과 이웃해 있다. 내가 묵게 된 방은 솟을 대문에 부속된 작은 방으로 아담하지만 따듯한 방이었다. 다만 한가지 알아두고 가야 할 것이 있다면, 장작을 때주고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는 그런 고택이 아니라 깔끔하게 단장된 고택이라는 것이다. 새로 이축을 하면서 내부를 개조했는지, 천장 공사와 도배, 심야전기 보일러가 들어오는 그런 방이었다. 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택에서 머물러 보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처에 편의점이나 기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곳도 없으므로 걸어서 약 10분정도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마트를 이용하거나 숙소로 가기 전에 물건을 구입해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