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기억들 – 우리는 잘 모르는 곳들 (Unknown Han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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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1월, 아마 하노이 출장 중 첫 주말이었던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던 순간 무슨 마음이 동했는지,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택시를 바로 잡아 탔겠지만, 출장 연차가 쌓이다 보니(?) 버스도 한번은 타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구글지도에서 근처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 숙소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탔다.

나들이 삼아 나갔던 바딘 광장에서부터 숙소였던 경남타워에 있는 Intercontinental Landmark72 까지는 하노이 시내의 동북쪽에서 서남쪽을 가로지르는 경로였다. 심리적 거리로는 노원구 쯤에서 영등포까지 가는 느낌이었는데, 글을 쓰기 전 지도를 찾아보니 10킬로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였다. 역시 사람의 감각이란 별로 정확하지 않은것이다. 어쨌든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다이나믹 하지도 않은, 하노이에서의 짧은 버스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힘찬 버스운전과는 달리 하노이의 버스는 상당히 여유롭게 운행되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의 흐름과 유유히 섞이는 하노이 시내도로의 흐름이다 보니 자동차 운전은 속도가 상당히 느린편인데, 이곳의 시내버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버스에 타면 별도의 계산없이 일단 자리를 찾아 앉는다. 자리에 앉으면 새로 타는 사람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차장 아저씨가 차표를 팔러 온다. 당시의 운임은 거리 상관 없이 7,000vnd 수준.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350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다만, 점심한끼 값이 2000원~3000원 정도이니 물가 수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비용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어림잡아 생각해 본다. 특이한 것은 돈을 내고 타는 것 보다는 각종 쯩(?)을 보여주면 교통비를 내지 않고 그냥 타고 갈 수 있는것을 보았는데 어떤것인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시내버스라는 것이 여행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보니 관광지와 거리가 있는 곳들을 유유히 지나게 되었다. 매일 비슷한 곳을 차로 이동하거나 걸어다녔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 좋았다. 건방지게도 어디를 가나 뻔하다는 생각을 하고 다녔지만 내가 아는 장소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한번 실감 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눈으로 들이닥치는 차창밖 풍경을 보다 보니, 금새 숙소앞까지 올 수 있었다. 그냥 들어가기는 아쉬워 이른 저녁으로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시간은 벌써 빠르게 흘러 1년도 더 넘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느꼈던, 더 자주 버스를 타고 하노이를 느껴봐야지 하는 다짐도 무색하게 저 날이 버스를 마지막으로 탔던 날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하노이로 가는 출장도 막혀 언제 다시 버스를 타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다녀온지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일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하루나 이틀 쉬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다시 즐거웠던 추억으로 스멀스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가 가는 그 날까지 잘 지내며 기다리고 계시라. 이 어려운 때가 지나면 내 다시 꼭 가리니.

 

 

 

 

 

 

 

 

 

 

 

 

 

 

 

 

 

 

 

 

 

 

 

 

 

 

Nikon SP Reissue / W-Nikkor.C 1:1.8 f=3.5cm / Provia100F

2020. 1. 4.

Hanoi. Vietnam.